VI를 이용한 세력의 상한가 잔량 확인
변동성완화장치(VI, Volatility Interruption) 제도의 도입
작년 6월, 상하한가 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되면서 변동성완화장치(이하 VI)도 도입되었습니다. 급등, 급락하는 종목이 장중 갑자기 단일가 체제로 바뀌는 장치입니다.
제 생각에 VI는 별로 좋은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세력들은 VI와 상관 없이 주가를 띄우거나 내림에도 불구하고 VI가 생기고 난 뒤, (1)고점에서 개미가 물리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2)세력이 고점에서 공짜로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점에서 개미가 물리는 경우가 빈번해진 이유는, 많은 HTS에서 제공하는 VI발동예상가격 기능 때문입니다. 급등하는 종목에서 호가창에 VI발동예상가격이 표시된 것을 보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흥분을 하게 됩니다. "이 속도로 오르면, 바로 4~5호가 위에 있는 VI발동가격까지 건드리겠군" 하는 생각을 하고 고점에서 추격매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세력들이 VI발동가격 1~2호가 아래에서 물량을 상당히 많이 털어내는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금세라도 매도호가를 잡아 먹고 올라갈 것처럼 움직이지만 매도호가 잔량이 줄어들 때마다 매도물량이 계속 더해지고, 결국 세력들 좋은 일만 시킨 뒤 주가는 급락합니다.
또, 세력이 고점에서 공짜로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HTS가 제공하는 매수, 매도호가는 현재가를 기준으로 위아래 10개씩입니다. 따라서 주가를 상승시키는 세력은 현재가를 상한가 -10호가까지 만들지 않으면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해야 자신들이 상한가를 만들고 유지시키고 털어먹기 좋은 물량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VI 제도 도입 이후 이들에게 상한가 매도잔량 확인은 '거저'가 되어버렸습니다. +18~21% 부근에서도 VI가 발동된다면 손쉽게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한가 매도잔량 확인의 예
어제 명문제약이 크게 상승했다가 하루종일 하락하였습니다. 오전장 주가가 급등할 때 VI가 발동되었는데 이 때 세력이 상한가 잔량을 확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1% 가량 상승한 지점에서 VI가 발동되었다
VI가 발동되자마자 세력이 상한가 잔량을 확인하는 모습
예상 체결 수량이 49만주이고, 상한가 매도잔량이 29만주임을 확인하였다
상한가 잔량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주가를 원래대로 복귀시킨다
예상 수량이 7만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42만주(30억원 이상)는 누구의 돈일까?
물론 이 경우, 명문제약 차트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세력의 1차 설거지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상한가 매도잔량이 많지 않더라도 굳이 상한가를 만들만한 상황이나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세력들이 VI를 활용하여 상한가 매도잔량을 쉽사리 확인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는 상한가 매도잔량을 확인한다는 것을 개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상한가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를 불어넣는 효과도 있겠지요.
어찌되었든 아직 미성숙한 금융시장법과 여러모로 부족한 금융당국의 실정을 고려했을 때 상하한가 폭 확대 및 VI 제도 도입은 오히려 주식시장을 세력들의 더 놀기 좋은 놀이터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세력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여 올바른 매매를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