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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본인을 '주식투자 고수'라고 속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비 등의 명목으로 약 5억 원 가까이 갈취한 사람이 붙잡혔다는 소식입니다. 저는 주식 매매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참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또 다른 사기꾼이 나타나 주식시장에 대한 전반적 인식 자체를 악화시킴

2. 피해자의 손실 금액에 대한 안타까움


그래서 이번 글은 주식시장, 주식고수, 주식강의 등에 대한 전반적인 진실을 전달하고자 작성합니다. 이 세상에 진실된 사람이 많이 없다는 점과 우리 주변은 너무나 많은 정보로 넘쳐난다는 점에서 제 글 또한 많은 이에게 전달되지 못 하고 묻혀버릴 겁니다. 그래도 우연히라도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단 1초라도 주식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1. 주식시장에서의 사기꾼은 어떻게 규정하는가


식시장에서 사기꾼과 사기꾼이 아닌 자를 가려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사기꾼의 화려한 언변과 미사여구로 인해 진실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사기꾼을 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이 제게 10개의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10개의 주식 종목이 모두 손실이 났습니다. 이 사실이 과연 워렌 버핏을 사기꾼으로 만들까요? 반대로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기꾼이 제게 10개의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었는데, 우연히 10개 종목 모두 수익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기꾼이 사기꾼이 아닌 것일까요?


주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한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식 무조건 5만원 간다, 10만원 간다'고 확언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합리적 근거에 의해 종목을 추천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추천인이 무조건 사기꾼은 아닌 겁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아하! 그럼 여태껏 꽤 믿을만한 기간 동안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만이 사기꾼이 아니겠구나" 이것이 당연한 생각의 흐름이겠죠? 왜냐하면 결국 위의 예에서 워렌 버핏이 사기꾼이냐 아니냐를 결정 짓는 요소는 워렌 버핏의 지난 투자내역과 그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 했다고 모두 사기꾼은 아니다

(2)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사기꾼일 수 있다


(1)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노량진 고시촌 주변 학원가에 가면 사법시험 준비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학원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학원 선생님들의 이력을 보면 본인이 젊은 시절 사시를 수년 간 준비했는데 결국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 하여 선생님이 된 경우가 있죠. 자, 이런 경우에 과연 사시를 통과하지 못 한 사람이 사시 준비생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 사기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선생님은 사법시험에 패스하지 못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 비유를 주식으로 그대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주식경험도 많고 주식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주식을 하면 돈을 잃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큰 돈을 벌지도 못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과연 주식 강의를 하면 사기일까요? 저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돈을 벌지 못 하지만 강의를 통해 남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2) 워렌 버핏이 주식 종목 추천을 해주었는데 전부 손실이 났다고 워렌 버핏이 사기꾼인 것은 아닐 겁니다. 단순한 불운이겠지요. 하지만 워렌 버핏이 '악의'로 엉뚱한 종목을 일러줬다면 어떨까요? 혹은 워렌 버핏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말 재주가 부족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할 능력이 부족해서 그의 주식 강의가 매우 형편이 없었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워렌 버핏은 용서 받을 수 있을까요? 분명히 생각해볼만한 이슈입니다.



2. 모든 주식 강의는 무가치한 것인가


희진 사건 때도 그랬고, 위 뉴스에서도 그렇고,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추천수를 많이 받는 댓글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주식고수, 주식전문가 전부 사기입니다. 믿지 마세요. 속지 마세요.'

'너 같으면 푼 돈 받고 대박 노하우 알려주겠냐. 나 혼자 떵떵 거리고 살텐데'

'대박 정보 알면 내가 혼자 다 벌지, 그걸 왜 남을 알려주고 있냐.'

'신도 모르는 주식을 어떻게 인간이 벌려고 하냐'

'노력해서 돈 벌 생각을 해라. 주식 같은 데 얼쩡거리지 말고.'


기타 내용도 있지만 대개는 이런 내용이 많습니다. 저는 주식을 업으로 삼고, 최근 교육 강의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 하나씩 반박해보려고 합니다.


▲네이버에 [유사투자자문업]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업체들

이미지에 드러난 업체명은 본 글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1)주식고수, 주식전문가는 전부 가짜고 사기인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유독 '자칭' 고수와 전문가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90% 이상이 가짜고 사기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짜'고 '사기'라는 것은 주식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고, 버는 방법도 모르는 것을 일컫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재무제표를 읽지 못 한다든지, 주가 이동평균선조차 모른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주식고수, 주식전문가가 가짜고 사기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수는 매우 적습니다.


(2)나 혼자 독식해서 떼돈 벌어 떵떵거리며 살 거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주식으로 돈을 벌면 떼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흔히들 '1년에 30% 수익률만 꾸준히 올릴 수 있다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1년에 30%씩 30년을 내리 벌면 자산은 약 2,600배로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1.3^30=2,620) 천 만원이 30년 후에는 260억원이 되겠지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복리를 전제로 한 계산이기 때문에 재산의 상승곡선은 후반부에 가서 급속도로 가팔라집니다. 그러므로 1년에 30%씩 5년 연속으로 수익을 내도 자산은 3.7배 정도로 밖에 불어나지 않습니다. 1년에 30%나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이 3700만원이 되었네요. 5년 간 2700만원을 벌었는데 이게 과연 여러분이 생각하는 '떼돈'의 범주에 들어갑니까? 아마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지도 않은 1억으로 주식을 했다고 하더라도 5년 간 2억7천만원 벌었습니다. 1년에 5400만원이네요. 이게 과연 '떼돈'입니까? 아닙니다.


내가 1년에 30% 수익을 낼 수 있는 비법과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떼돈을 버는 것은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의를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리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물론, 이 바닥에 다양한 사기꾼도 도사리고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의하는 사람이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강의를 제대로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3)대박 정보 알면 나 혼자 다 벌 거다?

우선, 대박 정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박 정보라는 건 정말 존재할까요? 존재합니다. 여기서 대박 정보란 시장에 유출되지 않은, 그러나 유출되면 엄청난 파장이 올 그런 정보를 말합니다. 저는 오직 대박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파는 '큰손'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박 정보는 입수 빈도가 매우 낮고, 그 대가가 매우 큽니다. 회사 내부 관계자 중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게 내 귀에 흘러 들어오려면 큰 값을 지불해야겠죠. 또는 상장사의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과 친분이 있으면 됩니다. 양쪽 모두 개미투자자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금전관계에 얽혀 살고 있는 우리가 푼돈에 대박 정보를 접할 가능성은 0%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다음은 나 혼자 시장 수익을 독식할 것이라는 데에 따른 반박입니다. 시장 수익을 독식할 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1차원적인 발상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거대하여 고작 몇 천만원, 혹은 몇 억원을 갖고 있는 내가 차지할 수 있는 수익은 극히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사면 좋겠다'고 생각한 종목이 5개가 있어서 5개 종목에 분산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무려 1억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한 종목에 2천만원 밖에 투자하지 못 하겠죠? 여전히 수천만원, 수억원 이상의 나머지 돈이 유입될 여지가 있는 겁니다. 내게는 없는 그 돈을 누군가가 와서 메꿔야 할텐데, 정보를 돈 받고 팔아 메꾸도록 만들 수 있겠죠. 주식으로도 돈 벌고, 강의해서 추가로 돈 더 벌면 좋을 수도 있는 겁니다.


(4)인간은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주가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고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은 틀립니다. 주식은 태초부터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고, 대응 방식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주가를 예측하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를 조심해야 합니다. 오직 대응 방식만을 학습해야 합니다.


(5)주식으로 번 돈은 노력 없이 번 돈이다?

주식으로 버는 돈이, 근로생활을 통해 버는 돈에 비하면 불로소득에 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동이 없다고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주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누구보다 주식을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돈을 잃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주식 매매를 하면 돈을 벌든 잃든 항상 심리적 괴로움이 수반되기 때문에 급여근로자와 다른 영역에서 힘들고 피곤한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로소득이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을 통한 소득만을 강조하는 사람이야 말로 자본주의 체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의 최바닥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그렇다고 저는 현 형태의 자본주의를 모든 면에서 찬양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점도 많고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노동을 통한 소득만을 강조하시는 분들도 결국은 자본주의의 사다리에서 위로 올라가고 싶은 것 아닙니까? 결국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재테크할 것 아닙니까?


마치며


이 세상에 공짜 돈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미는 절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다든지, 자칭 주식 고수 내지는 전문가 등은 전부 사기꾼이라는 것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물론 그렇게 말씀하는 많은 분들의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그만큼 이 바닥에 사기꾼이 득실거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절대'라는 말을 절대하지 말라(Never say 'never')"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내 주위에 하버드대생이 없다고 하버드 대학교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을 '본인'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모든 주식전문가가 사기꾼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분명히 진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기꾼의 사례로 인해 주식시장 전체에 대한 이해가 폄하되고 왜곡되는 것이 참 마음 아픕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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