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알렉산더 엘더 박사의 <심리투자법칙>을 읽고 있습니다.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하여 책을 들었고 이제 반 정도 읽었는데 정말 못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본인이 대중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포스트잇에 조각 조각 써서 모아놓고 아무런 정리 없이 하나로 엮어 놓은 느낌입니다. 자고로 비문학 책은 탑 다운 형식으로 서술해야 쉽게 읽히는데 이 책은 논의의 단(段)도 제각각인 내용을 바텀업 방식으로 중구난방 서술해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책을 덮지 못 하고 끝까지 읽으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저자의 명성 때문입니다. 엘더 박사는 트레이더를 육성하는 교육자로서도 유명하고, 엘더-레이 지수 및 강도 지수(Force Index)를 직접 개발한 분이기도 합니다. 해당 보조지표는 대부분의 증권사 HTS에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지표이죠.

하지만 저자의 다른 책인 <진입과 청산 전략>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특정 형태의 추세추종 매매만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점이 저자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추세추종 매매는 일부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 주지만 추세가 존재하지 않는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휩쏘의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의 '하락 시 매수, 저항선 매도' 전략은 추세추종 매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엘더 박사가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고는 있는지, 벌고 있다면 얼마나 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가 스스로 공개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래도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열심히 강좌, 캠프,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그는 트레이더라기보다는 교육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강의를 판매하고 있다고 해서 결코 트레이더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지나간 주식 차트를 보며 '여기서 샀어야 해', '저기서 팔았어야 해'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당연해 보이는 사후확신편향을 갖게 되니까요. 하지만 주식매매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차트의 가장 오른쪽에서 미래를 모른 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윌리엄 갠의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이 저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황당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지나간 차트를 보여주며 "이 지점에서 공매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거나 "상승 시그널이 포착되었으므로 매수하기 좋은 자리였다"는 식으로 글을 썼으니 말입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저자의 명성은 과하게 부풀려져 있었더군요. 그는 본인의 주장과 달리 트레이딩으로 큰 돈을 벌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생전에 트레이딩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조차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는 트레이더라기보다는 정보에 목이 마른 대중을 상대로 책이나 강좌 따위를 파는 사람이었습니다. 강좌의 가격이 현재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를 폄훼하거나 책 전체를 하찮은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본인은 사시에 패스하지 못 했지만 사법고시를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들이 있는 것처럼 자신은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지 못 했지만 실전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의 글을 읽어보면 실제로 저자가 트레이딩과 관련한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과 트레이딩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죠. 다만 본인은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기에 실천력이 부족했나 봅니다.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을 읽으며 놀랐던 건 1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 오늘날에도 꼭 들어맞는다는 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정보를 갈구합니다.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누군가가 종목을 콕 집어주기를 바라죠. 그렇게 남의 말을 듣고 덜컥 주식을 매수합니다. 그러고는 조금만 주가가 오르면 홀랑 팔아버리고 조금만 주가가 내려도 안절부절하지 못 하며 손절을 주저합니다. 고점에 사서 물리고 저점에서 손절하는 개미의 패턴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술적 분석조차도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의미합니다. 저항과 지지는 결코 허무맹랑한 개념이 아니며, 거래량은 예나 지금이나 주가의 그림자 역할을 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건 아마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 때문일 것입니다. 바로 희망, 두려움, 탐욕이 그것이죠. 이 세 가지를 지닌 인간은 시간이 흘러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우리가 미래를 알기 위해 과거를 공부하는 이유인 것이죠.


인간이 만들어내는 시장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이퀼리브리엄>처럼 우리 모두에게서 누군가가 감정이라는 요소를 떼어가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변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기우입니다. 만약 시장이 변해서 주식시장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 할 것이 걱정된다면 아마도 그건 여러분의 매매 방식이 통시적인 시장의 원리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개별적 특수성에 기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시장의 커다란 원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원리에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툴을 개발할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그게 바로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디테일의 차이고요.


사람들이 흔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말을 관용적으로 쓰긴 해도 그것이 갖는 진짜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고수익률만 보여주면 이면의 리스크는 이해하지 못 하고 수익률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거기서 리스크 대비 보상비율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위험 조정 수익률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리스크 대비 보상비율에 지나치게 함몰되면 ETF 투자 등에 빠지기 쉽다. 왜냐하면 타임프레임을 길게 늘여놓고 시장 인덱스를 살펴보면 손실을 입을 확률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손실을 입을 확률'로 해석하나 '불확실성'으로 해석하나 둘 다 0에 수렴하는 건 사실이다) 다시 말해 리스크가 0이니,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무한대라는 뜻이다. 리스크 대비 보상비율이 무한대라는 건 최고의 투자 아닐까. 의사 출신인 똑똑한 systrader79님이 궁극적으로 ETF에 빠지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음과 투자>도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다. 시장이 떠드는 얘기를 듣지 말고, 분산투자하고 장기투자하라는 얘기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우상향하니까. 분산투자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인 것이고.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와 같은 맥락에서 시장 소외주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긴 하지만 결국 메시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자릿수 연수익률을 기대하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즘은 100세 시대여서 그런지 모아놓은 자산이 많지 않은 이상 60대조차도 한 자릿수 연수익률에 별로 만족하지 못 한다. 리스크 대비 보상 비율이 무한대인 건 좋지만 그래도 주식시장에서 연 6-7% 기대수익률은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심지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 시장과 달라서 타임프레임이 5~10년 된다고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1989년의 코스피 고점을 2005년이나 되어서 돌파한 걸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자그마치 16년 만이라고!! 그조차도 남들은 강남 아파트 값이 2배가 됐다, 3배가 됐다 떠드는 걸 전부 견뎌내고 얻는 수익률일텐데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결국 워렌 버핏이 하는 말로 되돌아온다. 무슨 주식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면 펀드에 돈 맡기지 말고 그냥 S&P500 ETF나 사라는 조언. 고리타분하게, 혹은 안전하게 재테크할 생각이라면 그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치는 그게 아니다. 연 6-7% 벌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주식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주식이나 포커나 베팅한 만큼 먹는 거다. 그게 바로 트레이딩이 흥미로운 이유다.

가상화폐 커뮤니티는 오늘도 '가즈아'를 외칩니다. 객관적 분석이나 엄중한 경고는 무시한 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투자가 도박이 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이 공간은 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저만의 블로그인 만큼 가상화폐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주식 트레이더이며 가상화폐조차도 철저히 트레이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매 대상이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간에 매매의 원리는 하나로 통합니다. 주식시장에도 적용되는 통시적 진리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출발점은 사실과 거짓의 구분에서 시작합니다.


Fact #1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다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면 왜 당신은 빌게이츠보다 돈이 많지 않은가?)



"당신이 모르는 것이 당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실은 모르면서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


사람들은 통제를 좋아합니다. 모든 것이 자기 통제 하에 놓여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미지의 영역은 미지로 내버려둬야 하는데 마치 기지(旣知)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상품의 미래 가격에 대해서도 자신이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비트코인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화폐이고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반드시 1억 원까지 오를 것이다"


"비트코인의 주봉 차트를 보면 저점과 고점이 반복해서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7천 달러까지는 무조건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건 완전히 틀린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틀렸다는 것의 의미는 저 발언이 100%의 신뢰성을 지니지 못 한다는 뜻입니다. 설령 99%의 확률로 예언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1%의 오차를 지닌 이상 이 세상에 '무조건'은 없습니다. 정말 '무조건'이 존재한다면, 사돈의 팔촌의 돈까지 전부 빌려다가 올인해서 이미 빌 게이츠보다 부자가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 평생 기업분석에만 몰두한 워렌 버핏도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봅니다. 그런데 '무조건'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우리, 인정합시다. 비트코인의 미래 가격은 당신이나 나나 아무도 모릅니다.



Fact #2 존버가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존버: '존나 버틴다'의 약자로 매수 후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끈질기게 버티는 것을 의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존버를 외칩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엄밀히 따지면 1월 초까지) 가상화폐 시장에서 존버가 먹혀든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어디서 얼마에 매수했든지 간에 가격은 계속 해서 올랐기 때문에 계속 해서 수익이었습니다.




존버는 가격 우상향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야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Fact #1에 따르면 우리는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순간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가격 우상향'이라는 전제는 팩트가 아니므로 존버가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Fact #3 우리가 어느 시점에 와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 한다


가상화폐 커뮤니티를 방문하니 많은 사람들이 하이먼 민스키의 버블 모델을 꺼내 보이더군요.


▲일반적인 버블의 형태


그러나 비트코인 시장에서 위 모델을 꺼내는 것은 일차적으로 오류를 범합니다. 바로 비트코인 시장이 '버블'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오류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까지의)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처럼 지속 우상향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버블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격이 빠르게 치솟는다고 해서 모두 거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설령 비트코인 가격이 버블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현재 어느 지점에 와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차트


위 그림에서 동그라미 친 저 고점 부분이 아래 민스키 모델에서 왼편의 동그라미에 해당하는지 오른편의 동그라미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건 오직 시간이 지나야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존버하는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존버가 승리한다'며 정신승리할 게 아니라 (설령 비트코인 가격이 버블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있는지 믿음을 가지고 베팅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지난 1월의 고점이 민스키 모델에서 오른쪽 빨간 동그라미에 해당한다면 분명히 그 사실을 알아차릴 때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 성공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아싸 이희진을 통해 달궈진 논란


요즘 온/오프라인 상에서 상당히 핫이슈가 되는 아싸 이희진(이하 이희진씨)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1년여쯤 전 어디선가 혜성처럼 나타났고 당시의 수식어는 '최소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성공한 주식투자자'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부가티라는 스포츠카를 구입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였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더 팔려나가듯, 유명세가 유명세를 부르기 시작하며 이제는 상당한 유명 스타가 되었습니다.


일약 스타가 탄생하자 그를 불신하는 세력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금융/증권계를 잘 안다고 하시는 분들 가운데 몇몇 분들도 이희진씨의 사업구조 및 자금출처 등을 의심했고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희진씨는 억측이라며 반박했지만 현재까지 논란은 사그러지지 않은 상태이고 어떠한 사실도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각종 글을 읽던 도중 알게된 사실


저 또한 주식을 하는 사람으로써 업계에 신선한 존재가 나타난 것에 흥미를 가졌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온라인 현장에서 다양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을 아프게 하는 캡쳐이미지를 몇 개 보았습니다. 그 중 2개를 공유합니다.





(2개의 이미지 모두 출처는 신준경님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tyle1208)


저는 위 이미지에서 주장하는 바가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 주장들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투자자 입장에서 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만약 위 이미지에 드러난 주장이 사실이라면 첫 번째 분은 업체(혹은 이희진씨 본인)의 추천에 의해 매수한 종목에서 약 5천만 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분도 마찬가지로 업체(혹은 이희진씨 본인)의 추천에 의해 매수한 종목에서 평가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혹은 이희진씨 본인)의 주장과 달리 YDM이라는 주식이 10월에 매도되지 않아 빚을 져 투자한 금액의 대출금을 갚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


주식투자를 하고 심각한 손실을 입는 것은 비단 이분들 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우리 주위에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삶에 영향을 줄 만큼의 손해를 보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주식은 채권이나 부동산 시장에 비해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원금대비 손실률이 높은 편이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들의 수가 많습니다. 또, 경마나 스포츠토토 등에 비하면 도박이 아니라는 생각에 심리적 접근성이 높고, 그 결과 손실을 보는 사람의 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저 또한 주식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통해 생활에 지장을 줄만큼의 손실을 보고 밤잠을 설쳐가며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주식에 입문하고 멋모르고 매매할 때, 하루에 100만원 손절하면서 느꼈던 괴로움을 상기하면 많은 분들이 느낄 심적 고통을 공감합니다.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 식욕을 포함해서 모든 욕구가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손절 한 번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심지어 빚 내서 투자한 자금에 대해 수천만 원, 수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면 그 괴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사실 제가 평소에 습관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물론 모든 투자행위에는 책임이 따르고 이는 수익과 손실의 가능성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손해를 본 사람들을 구제할 직접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돈이 많은 것을 좌우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에 대한 교육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의 명백한 배임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등 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해 가르쳐야 합니다. 돈이란 무엇인지, 돈은 어떻게 돈을 버는지,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말입니다. 이런 금융수업 없이는 일반인들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보니, 가난한 부모의 말을 듣고 배운 것, 회사에서 옆 동료/상사가 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것 등이 전부입니다. 물론 많은 회사 동료나 상사도 그들의 가난한 부모한테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잘못된 투자로 돈 날리는 생각은 안 하고, 주변에서 일확천금으로 부유해진 사람들 만을 보고 '역시 인생 한 방이다'라는 생각만 갖게 됩니다. 주식 역시 '한 방이면 대박난다'는 꿈에 부풀어 과오를 반복합니다. 한미약품, 산성앨엔에스(현 리더스코스메틱), 영진약품 등의 차트나 보면서 '아, 내가 여기서 사서 여기서 팔았으면 지금 수익이 얼마인데'하는 상상만 합니다. 하지만 배운 것이 없는 사람, 공부하지 않은 사람,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은 2014년 초에 한미약품 주식을 손에 쥐어줬다고 하더라도 절대 큰 돈을 벌 수 없습니다. 5%, 10%, 많으면 30% 먹고 팔았겠지요. 그리고 설령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우연히 번 돈은 또 다른 매매를 통해 홀랑 날리고 맙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기득권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절대로 80%의 대중을 향해 돈의 원리에 대해 가르치지 않습니다. 정보가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금융수업이란 없습니다. 다수가 똑똑해지면 윗사람들이 골치 아파지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지도 않습니다. 멋모르고 덤벼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면 그것이 곧 국가의 세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공부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투자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주식이 무엇인지 공부해야 합니다. 나를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공부해야 합니다. 사기꾼과 선량한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회를 공부하고, 법을 공부하고,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가 어렵다면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흥미가 없다면 흥미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없다면, 흥미있는 2~3가지에만이라도 집중해서 그 부분에서 만큼이라도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지 않고 이 세계에 뛰어듭니다. 50만원짜리 컴퓨터를 살 때는 이것 살까, 저것 살까, 어떤 게 좋은가 고민하고 알아보느라 1주일을 씁니다. 반면 5백만원 어치 주식을 살 때, 5천만원짜리 땅을 살 때,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는 너무도 쉽게 결정해버립니다. '이 주식 10배 오른다더라', '이 부지 주변에 지하철역이 생긴다더라', '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50:1이더라'하면서 말입니다.


모든 투자에는 수익과 손실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손실을 본 투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손실을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이 '돈'이 사실은 칼보다 무서운 존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도 여전히 지금 이 순간, 이것에 투자하겠습니까?"

이것이 진정으로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의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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