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상따'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상따'는 '상한가 따라잡기'의 줄임말입니다. 상따는 원칙적으로 상한가 굳히기에 진입하려는 종목을 상한가에 매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한가 굳히기'란 상한가의 매도 물량을 전부 매수한 뒤 대량의 매수 주문을 넣어 가격이 상한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도록 만드는 세력의 행위입니다.)



▲상한가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 

상한가인 13,100원에 매수 대기 물량이 181,752주 쌓여있다.

무려 24억 원에 달하는 이 돈은 누구의 것일까?



대개 상한가에는 다량의 매도 주문 물량이 존재합니다. 일반 호가의 5~10배에 해당하는 수량입니다. 그러므로 이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력이 필요하고, 세력 또한 개미를 이용합니다. 세력은 대량의 매수 주문을 통해 곧 상한가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신호탄을 보내게 되고, 이를 본 개미는 '상따'를 통해 상한가에 존재하던 매도 대기 물량을 소화하게 됩니다.


상따가 하나의 매매 기법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익일 시가 갭 상승 때문입니다. 상한가의 의미는 '오늘 오를 수 있는 최대치까지 올랐다'는 것이고, 이를 뒤집어 보면 '주가가 더 올라야 하는데 제도상 더 오를 수 없게 막아놓았기 때문에 더 오르지 못 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다음 날 시가 갭 상승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요즘은 대개 4~15% 정도의 시가 갭을 보여 줍니다. '상한가'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어찌보면 조금은 기형적인 매매구조가 탄생한 것이죠.



▲상한가 굳히기 직전 누군가가 쏘아올린 5만주의 매수 주문.

이를 본 개미는 같이 상한가에 매수하는 '상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상따는 정말 매력적인 매매기법일까요? 저는 과감히 'No'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불확실한 수익률을 위해 내놓아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상한가 굳히기에 한 번 진입한 종목도 장 마감까지 상한가를 굳히지 않고 한 두 번씩 상한가를 풀어버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제가 위에 예시를 들고 있는 금일의 상한가 종목인 인터불스만 해도 세력이 상한가를 2번이나 풀어버렸습니다.


▲장중 상한가 굳히기에 들어갔다가 상한가가 풀리는 모습이 2번이나 연출되었다.



상한가 이후 저점이 12,300원이므로 상따를 하여 13,100원에 매수했다면 장중 최대 6.5% 가까운 평가손실을 봤을 겁니다. 6.5% 손실이라니 무시무시한 일이 따로 없죠. 


'반드시 상한가에 재진입할테니 무조건 버티면 된다고요?' 허허,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에 '무조건'과 '반드시'는 없으니까요. 당연히 상한가 마감할 줄 알았던 종목이 상한가를 풀어버린 이후 다시는 주가가 근처까지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를 만난다면 하루에만 1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할 겁니다. 계좌관리 측면에서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설령 해당 종목이 상한가 마감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시가 갭이 뜨는 정도는 매우 불규칙적입니다. 무려 6.5%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갭은 1~2% 밖에 뜨지 않을 수도 있고 요즘은 시가 갭 하락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 참으로 미칠 노릇입니다.


그래도 왠지 상따가 매력적인 기법일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한 번 직접 시도해보세요. 상한가에 도달하는 모든 종목에 대해 상따를 시행하고 반드시 익일 시가에 매도하는 겁니다. 만약 상따를 했는데 종가에 상한가 마감하지 못 한다면 종가에 전량 매도해야겠죠. 가끔은 10~15%씩 손해를 보겠지만 운이 좋은 날에는 15~20% 시가 갭을 먹을 수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하나의 규칙을 정해놓고 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매 번 동일하게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상따를 해야 하고, 종가 상한가라면 익일 시가 매도, 종가 상한가가 아니라면 종가 매도. 이를 50번쯤 반복한다면 기댓값은 아무래도 양의 값이 나올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다만 고생과 심적 부담에 비해 그 값이 매우 작을 것 같네요. 도중에 멘탈이 무너져서 매매를 중도포기할 가능성도 존재하고요. 즉 다시 말하면 상따는 그리 매력적인 기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상따가 매력적일 때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과거 상한가가 전일 대비 +15% 였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매매기법이었고, 코스닥 열풍이 한창일 때는 상따가 곧바로 2~3일 연속 쩜상으로 이어졌으니 리스크 대비 보상 비율이 매우 높은 기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달라졌습니다. 상한가 폭이 늘어나면서 세력들은 하루에도 무려 10%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굳이 상한가 굳히기를 만들지 않아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고, 굳이 시가 갭을 높게 띄우지 않아도 수익실현하기에 수월한 구간이 만들어집니다.


이래도 상따를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성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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