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식 전업 투자자입니다. 돈을 굴려, 돈으로 돈을 버는 흥미로운 직업입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온 세상을 돈, 유동성, 회전율, 이자율 등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직업의 특성 상 현금이 회전되지 않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이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주식 시장에서 데이 트레이딩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수중에 현금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 중에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이 마감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오후 3시 30분에 장이 종료되면 데이 트레이더는 더 이상 돈이 필요 없습니다. 다음 날 시장 참여를 위해 돈을 내버려 두어야 하니 인출해서 사용할 일도 없죠. 그러니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제 현금은 계좌에서 가만히 쉬게 되는 것입니다.
무려 12시간 넘게 계좌에서 돈이 쉬는 것을 보니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밤 사이 계좌에서 놀고 있는 저 돈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증권사 CMA 계좌에 단 하루만 돈을 넣어놔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던데 혹시 그것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장 마감 이후 주식 계좌에서 자금을 CMA 계좌로 옮겨 보았습니다. 하루만 돈을 넣어 놓아도 이자를 준다는 CMA 계좌는 과연 오후 3시 30분부터 오전 9시 사이에도 이자를 줄까요? 제가 직접 실험해본 결과, 정답은 YES 였습니다!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는 것을 인식하는 스냅샷을 찍는 시간이 정확히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장 마감 이후 돈을 넣어두고 익일 오전 인출하더라도 분명 이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자는 눈곱만큼 적습니다. 현재 CMA 이자율이 약 1.3% 정도 되니, 하루에 세전 약 0.0036% 가량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본금에 따른 하루 이자 금액을 세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자금규모 |
세후 일일 이자 |
5천만원 |
1,507원 |
1억원 |
3,013원 |
2억원 |
6,026원 |
5억원 |
15,066원 |
예상했지만 실제로 받아본 이자는 정말 적었습니다. 1억원에 하루 3천원 수준이니 시쳇말로 껌값인 셈이죠. 하지만 3천원이 30일 모이면 9만원이 됩니다. 연 수익률 5%짜리 자산에 투자했다고 가정 시 무려 2,160만원짜리 수익형 자산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에는 맹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본인의 투자 빈도 및 자금 투입액 등에 따라 본인의 자금을 전액 인출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D+3 에 전액 인출 가능한 주식 시장 만의 독특한 예수금 제도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매일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쉬는 날이 존재한다거나 분할 매수 등을 하기 때문에 매일 자금을 전액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노는 돈을 활용해 아무런 노력과 리스크 없이 공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전업 투자자라면 "에이, 겨우"하고 넘어갈 금액의 이자 밖에 되지 않지만, 모든 돈은 절대액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베버-페히너의 법칙의 교훈을 고려한다면 이런 사소한 노력쯤은 해볼 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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